열쇠

2014. 10. 11. 00:54

















당신은 왜 나를 열어두고 혼자 가는가

 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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푸른밤

2014. 10. 11. 00:50



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

그 무수한 길도

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


까마득한 밤 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

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

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

네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

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


사랑에서 치욕으로,

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,

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


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

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

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

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


나의 생애는

모든 지름길을 돌아서

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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간격

2014. 9. 23. 21:46



붙잡을 수 없는 그 거리는

또 얼마나 아득한 것이랴

바라볼 수는 있지만

가까이 갈 수는 없다


그 간격 속에

빠져 죽고 싶다






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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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살

2014. 9. 20. 21:17



눈을 깜박이는 것마저

숨을 쉬는 것마저

힘들 때가 있었다


때로 저무는 시간을 바라보고 앉아

자살을 꿈꾸곤 했다


한때는 내가 나를 버리는 것이

내가 남을 버리는 것 보다

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


나무가 흙 위에 쓰러지듯

그렇게 쓰러지고 싶었다


그러나 나는 아직

당신 앞에

한 그루 나무처럼 서 있다



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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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랑의 이율배반

2014. 9. 18. 17:40



그대여

손을 흔들지 마라.


너는 눈부시지만

나는 눈물겹다.


떠나는 사람은 아무 때나

다시 돌아오면 그만이겠지만

남아 있는 삶은 무언가.

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가.


기약도 없이 떠나려면

손을 흔들지 마라.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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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녕

2014. 9. 13. 17:43



우린 아마


기억하지 않아도


늘 기억나는 사람들이 될거야


그 때마다


난 니가


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


내가 이렇게 웃고 있었으면 좋겠어



사랑해 처음부터 그랬었고


지금도 그래













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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헤어짐을 준비하며

2014. 9. 13. 17:32



울지마라 그대여,

네 눈물 몇 방울에도 나는 익사한다.


울지마라, 그대여

겨우 보낼 수 있다 생각한 나였는데


울지마라, 그대여

내 너에게 할 말이 없다.

차마 너를 쳐다볼 수가 없다.








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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약해지지마

2014. 9. 11. 22:29



 

있잖아, 불행하다며

한숨쉬지마

햇살과 산들바람은

한쪽 편만 들지 않아

꿈은

평등하게 꿀 수있는거야

난 괴로운 일도

많았지만

살아있어 좋았어

너도 약해지지마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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스며드는 것

2014. 9. 10. 17:49



꽃게가 간장 속에

 

 

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

 

 

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

 

 

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

 

 

꿈틀거리다가 더 낮게

 

 

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

 

 

 

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

 

 

어찌할 수 없어서

 

 

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

 

 

한 때의 어스름을

 

 

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

 

 

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

 

 

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

 

 

 

 

 

저녁이야

 

 

불 끄고 잘 시간이야

 

 


 




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
 













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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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4. 9. 9. 10:50


 

 

 

너도 보이지

 

오리나무 잎사귀에 흩어져 앉아

 

바람에 몸 흔드려 춤추는 달이



너도 들리지

 

시냇물에 반짝반짝 은 부스러기

 

흘러가며 조잘거리는 달의 노래가 

 


그래도 그래도

 

 

 

너는 모른다

 

 

둥그런 저 달을 온통 네 품에

 

 

 

 

 

안겨주고 싶어하는

 

 

 

 

나의 마음은

 


 











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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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런 시

2014. 9. 9. 10:44


 

내가 그다지 사랑했던 그대여

내 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

내 차례에 평생 못 올 사람인 줄 알면서도

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

 

자, 그러면 어여쁜 그대는 내내 어여쁘소서

 


 



 

 

 


 


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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꿈, 견디기 힘든

2014. 9. 8. 20:05



거울 앞에서
그대는 몇 마디 말을 발음해본다
나는 내가 아니다 발음해본다
꿈을 견딘다는 건 힘든 일이다

꿈, 신분증에 채 안 들어가는
삶의 전부, 쌓아도 무너지고
쌓아도 무너지는 모래 위의 아침처럼 거기 있는 꿈

 


 
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
 






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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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화기

2014. 9. 8. 19:58


 

 

딱 한번만 숨쉬고 싶어

세상 어디에도 안전지대는 없는 거야

고요한 평화는 또 다른 죽음이었어

구석진 곳에 차갑게 방치된 채

내가 나를 보지 못한 날들이 뿌옇게 쌓였어

더듬이를 잃은 시간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고 있어

자궁 속인지 무덤 속인지 모를 이 곳에서

나,

붉게 물들인 시간이 녹슬어 바닥까지 번졌어

한때 내 안에도 출렁이는 바다가 있었어

지금 하얀 포말 같은 언어들이 딱딱하게 굳어가

나를 깨우고 싶어

누군가의 손길에 세차게 흔들리고 싶어

나를 잠근 안전핀을 뽑고

내 안을 확인하고 싶어

나만을 태울 수 있는 불길을 만나

한순간의 뜨거움을 향해 확

나를 쏟어리고 싶어

딱 한 번만 숨 쉬고 싶어

 


 


 

 





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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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년

2014. 9. 8. 19:51

희맑은

희맑은 하늘이었다.

 

(소년은 졸고 있었다.)

 

열린 책장 위를

구름이 지나고 자꾸 지나가곤 하였다.

 

바람이 일다 사라지고

다시 일곤 하였다.

 

희맑은

희맑은 하늘이었다.

 

소년의 숨소리가
들리는 듯하였다.

 












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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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4. 9. 6. 14:27


 

가끔 네 꿈을 꾼다

 

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겠더니

 

이제는 너를 보면

 

아, 꿈이로구나.

 

알아챈다

 

 

 

 

 


 
















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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