미안, 병에 걸렸어 어제는 외래인 대기실에 앉아  꾸벅 졸다가 돌아왔고 내일은 알 수 없지만

모레도 마찬가지일 거야, 난 그저 19세기 식 백과사전을 펼쳐 놓고 물었던 것 뿐인데,

선생님이 말해주셨어, 얘, 그런 병은 없는 거고 그래서 모두 너를 미워하는 거야,

넌 내가 마스크를 한 채 모자를 눌러쓰고 지나가는걸 본 적이 있지?

난 그저 너를 좋아하는 것 뿐인데, 이제 난 말도 못하고 들을 수도 없어,

냉장고에 넣어둔 시계는 잘 돌아가고 있겠지 뱃속이 바람을 가득 차

멍하니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아, 너같은거, 편의점에 가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고

말했어야 했는데, 난 죽음을 기다리며 행복하게 사는 소녀처럼

한번도 대기실을 지나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 본 적도 없고, 미안,

이제 마지막 남은 오른쪽 눈 마저 퇴화를 시작했어, 난 내가 가진 가장 좋은것도

너에게 주지 못했는데, 정말 룩셈부르크병에 걸린걸까?


-


날 수 있어,룩셈부르크를 찾아가 , 박상수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'(BLAH > 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중언부언의 날들  (0) 2014.10.16
구토  (0) 2014.10.16
지치고 힘들었을 나에게  (0) 2014.10.11
열쇠  (0) 2014.10.11
푸른밤  (0) 2014.10.11