날 수 있어, 룩셈부르크를 찾아가
2014. 10. 16. 19:35
미안, 병에 걸렸어 어제는 외래인 대기실에 앉아 꾸벅 졸다가 돌아왔고 내일은 알 수 없지만
모레도 마찬가지일 거야, 난 그저 19세기 식 백과사전을 펼쳐 놓고 물었던 것 뿐인데,
선생님이 말해주셨어, 얘, 그런 병은 없는 거고 그래서 모두 너를 미워하는 거야,
넌 내가 마스크를 한 채 모자를 눌러쓰고 지나가는걸 본 적이 있지?
난 그저 너를 좋아하는 것 뿐인데, 이제 난 말도 못하고 들을 수도 없어,
냉장고에 넣어둔 시계는 잘 돌아가고 있겠지 뱃속이 바람을 가득 차
멍하니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아, 너같은거, 편의점에 가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고
말했어야 했는데, 난 죽음을 기다리며 행복하게 사는 소녀처럼
한번도 대기실을 지나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 본 적도 없고, 미안,
이제 마지막 남은 오른쪽 눈 마저 퇴화를 시작했어, 난 내가 가진 가장 좋은것도
너에게 주지 못했는데, 정말 룩셈부르크병에 걸린걸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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날 수 있어,룩셈부르크를 찾아가 , 박상수